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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감상문, 결국 갑이 승리하는 빌어먹을 세상 유전무죄, 무전유죄

입킷 Ipkit 2016. 6. 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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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錢無罪 無錢有罪

제목 : 베테랑 (2015)

감독 : 류승완

줄거리 : 강력사건 수사 담당 형사인 서도철(황정민)은 사건과 관련된 물건들, 차량, 컨테이너 등을 옮겨야하는데, 그것을 화물기사인 배기사(정웅인)가 해왔다. 배기사와 이야기 도중 임금체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하라며 명함을 건네준다.

서도철은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형사 드라마 회식 자리에서 신진물산의 아들인 재벌3세 조태오(유아인)를 만나게 된다. 조태오가 차량을 타고 지나가던 중, 경찰서 앞에서 신진물산의 임금체불에 시위하는 배기사와 그의 어린 아들을 보게 되었다. 신진물산의 통신 사업부를 얻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었던 그는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문제를 내부적으로 해결하려고 배기사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배기사가 밀린 임금인 420만원을 이야기 하자, 조태오는 황당스럽다는 표정으로 무시한다. 이윽고 하청업체 전소장이 조태오를 찾아왔고, 조태오는 엽기적인 방법으로 돈을 돌려주는데, 그 방법은 하청업체 전소장과의 스파링 이였다. 조태오의 비서역할인 최상무(유해진)는 사무실의 CCTV 녹화를 중지하라고 명령한다. 배기사는 완곡히 거부하지만, 하청업체 소장은 배기사에게 주먹을 날리기 시작한다. 조태오는 아들의 얼굴을 잡으며 맞는 배기사를 바라보도록 하고, 즐겁게 바라본다. 조태오는 배기사에게 수표로 500만원과 애기 과자 값과 약값 하라며 2,000만원은 건넨다.

서도철은 배기사가 병원에 있다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는 이미 관할 경찰이 있었고, 경찰 측에서 조사한 바로는 신진물산의 임금체불 문제로 본사에 항의하다가, 비상계단에서 투신을 했고, 의식이 없는 상태라고 서도철에게 말한다. 경찰은 배기사의 입장보다 신진물산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었고 사건을 빠르게 종결시켜려는 태도를 보였다. 서도철은 아들에게 배기사가 맞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할 경찰 측에 전달하지만, 관할 경찰 측은 도리어 남의 사건에 참견이라며 서도철을 쫓아낸다. 이미 관할 경찰은 뒷돈을 받은 상황 이였고. 신진물산은 인맥을 활용해서 서울 경찰서장에게 서도철을 경고했다. 심지어 감찰 팀까지 서도철에게 신진물산 투신사건에 손 때라고 말한다. 한편 조태오는 외국으로 도피할 준비를 했고, 최상무는 회장의 지시로 일의 모든 책임을 앉는 대신 돈과 자녀의 유학지원을 약속받고 경찰에 거짓 자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도철은 수사팀과 함께 사건을 밀어 붙이고, 실마리는 찾던 중 앞뒤가 맞지 않는 증거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최측근에 있던 경호원의 양심선언으로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 조태오가 외국도피 하기 전 날 환각파티를 연다는 경호원의 증언을 토대로 마약에 취한 그를 현장 검거할 계획으로 급습한다. 그러나 파티현장에 조태오가 밀어주던 여배우 다혜가 난입하면서 계획된 상황이 달려졌다. 여배우는 조태토의 아이를 갖게 되었다고, 책임지라고 말하지만, 조태오는 여배우를 폭행하고, 마약을 강제로 주입한다.

계획이 틀어지자 파티장을 경찰이 급습하게 되고, 이를 안 조태오는 황급히 파티장을 빠져나가지만, 서도철에 눈에 띈 조태오는 차량을 몰고 길을 뚫으며 서울 시내를 활보한다. 결국 번화가 속에서 서도철이 조태오의 차량을 멈추게 하고, 많은 인파속에서 미란다의 원칙을 설명하며 검거하려 하지만 조태오는 서도철을 폭행한다. 서도철은 많은 사람들이 현장을 촬영하고 있던 것을 느끼고 조태오를 쉽게 저지하지 못한다. 조태오를 이를 틈타 서도철을 마구잡이로 폭행하고, 그제야 서도철은 정당방위를 알리고 조태오에 맞서 제압 후 수갑을 채운다.

불법과 비리를 서슴지 않던 신진물산의 조태오, 최상무, 전소장은 검거되어 재판이 이루어져 담담하게 재판소에 입장하는 조태오가 뉴스화면을 통해 나오며, 혼수상태였던 배기사도 깨어나게 되면서 영화가 막을 내린다.


1. 계약해지도 네 책임, 임금체불도 네 책임

영화 속 배기사는 화물기사이다. 그는 가족과 함께 있을 시간이 없어서 차량에서나마 아들과 함께 같이 시간을 보낸다. 그는 끼니도 빵으로 때우는 등 생계유지를 위해 차량 안에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하청업체에서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심지어 임금을 체불하였다. 하청업체 소장에게 항의하지만, 위에서 내린 지시라며 책임을 회피는 배기사는 1인 시위를 벌인다.

합의타결을 알리는 화물연대 페이스북 페이지

1차적으로 책임의 주체가 되어야할 하청업체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하청업체 소장도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을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것을 활용해 대기업은 피고용자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갑을관계 갈등구조는 꾸준히 발생한다. 올해 2월 한국타이어에서는 물류경쟁력 강화 목적으로 물류차량의 대형화를 진행하였다.1) 결국 화물노동자들이 기존 8t(톤) 화물에서 11t으로 바꿔야 계속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모두 화물노동자가 충당해야했다. 화물노동자들은 화물연대 노동조합의 가입을 추진하자, 운송회사를 통해 뒷조사를 하고, 노조를 추진한 일부 노동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기사화되기 시작하자, 농성 25일 후, 대형화 추진 3년 유예, 운송료 13% 인상으로 노조와 합의 타결하였다. 그러나 합의내용은 1차적인 문제를 덮는 꼴이 되었다. 노조는 3년 후에 다시 이 문제를 타협해야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물운송을 해야만 그들은 삶이 이어지는 현실에 안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들도 아는 것이다. 대기업의 법무법인에 대해 이길 수 없다는 현실을.

을(乙)은 계약서를 쓸 때 두 번째 계약당사자를 지칭하는 법률용어이다. 사실 최근에 을이라는 단어가 하위 계급이나 하위 등급을 나타내는 의미로 쓰이고 계약당사자를 포함한 부당행위를 당한 피해자들을 지칭하는 뜻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런 점으로 배기사는 을(乙)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2. 갑이 을이 되고, 을이 갑이 된다.

영화에서 조태오는 여배우들과의 만남을 조건으로 회사의 광고모델로 발탁해주거나, 소속사를 통해 밀어준다. 그 중 한명인 여배우 다혜다. 다혜와의 만남에 싫증난 조태오는 다른 배우를 선택하려 한다. 이를 안 다혜는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이야기 한다. 조태오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나를 이용하려 한다며 다혜에게 폭행을 한다. 다혜는 죽음의 위기에 이르자 본심을 이야기한다. “나 그냥 광고만 연장하게 해줘. 그러면 애 알아서 조용히 지우고 닥치고 있을게”  다혜는 생명을 중요시하지 않았다. 조태오와 결혼이 목적이 아니였을 것이다. 조태오에게 수술비 명목으로 돈을 받고 아이를 지우는 게 목적이었을 것이다. 결국 그녀도 임신을 빌미로 자신이 재벌 2세인 조태오에게 갑질을 부리려고 했다.

사실 우리도 알게 모르게 갑질을 행사했을 것이다. 또한 그것이 계약서상에서의 갑을관계가 아니더라도 일어난다. 사례로 백화점 갑질모녀 사건이 대표적이다. 고객과 주차요원은 서로 계약서상 갑을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객이라는 점, VIP라는 점에서 갑이 되고자 하였고, 심지어 모녀는 이것이 ‘을의 횡포’라며 스스로 갑이라 칭하고 있다. 비단 이 사건뿐만 아니라 택배기사에 대한 욕설, 무리한 서비스 요구, 무리한 환불을 요구하는 진상 고객, 강남 아파트 경비원 분신 자살 사건등 갑이 되고 싶은 사회가 만연하다. 갑에게 핍박 받는 을은 자신이 갑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최대한 갑이 된 희열을 느끼며 사회구조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다.

3. 최철원 재벌2세 야구방망이 구타 사건

이 영화는 다양한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담았는데, 그 중 핵심 내용인 최철원 재벌2세 구타사건 이다. 2)이 사건은 2010년에 화물연대 소속 탱크로리 운전기사 유(52)씨를 최철원 M&M 전 대표가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로 10여 차례 구타한 사건이다. 운전기사 유씨는 자신이 다니던 회사가 M&M사에 흡수 합병되면서 유씨만 고용 승계에서 제외된 것을 항의하여 SK본사 앞에서 1인 차량 시위를 했기 때문에 구타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는 고용승계 조건으로 황견계약에 서명하도록 강요했고, 유씨는 이것을 거부했던 것이다. 구타는 회사 사무실에서 일어났고, 유씨에게 매값으로 2천만원을 현장에서 수표로 주었다. 이 사건이 보도되고, 최철원은 결국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시간 120시간으로 판결되었다. 결국 옥살이 하지 않게 되었고, 검찰은 폭행의 원인이 된 피해자 유씨가 벌인 시위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우연하게도 유씨는 불구속 기소한 부장검사는 사건 처리 직후 사표를 내고 미국으로 갔다가 돌아와 SK그룹의 윤리경영 전무로 입사했다.

베테랑에서는 조태오가 건넨 수표 2천만원, 조태오의 사냥개, 배기사가 휴지를 입에 물고 있는 장면, 구타장소, 배기사의 직업과 시위방법 등 매값 사건과 관련된 부분이 많아 영화를 보는 내내 떠올랐다. 그래서 영화의 끝이 이 사건의 끝과 비슷할 것으로 여겨져 불편한 결말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된다. 그러나 사실 영화 속에 내용이 조금 더 이어진다면, 매값 사건과 비슷한 결말을 맺게 될 것이다. 그에 대한 이유는 영화 마지막 뉴스속 등장하는 주요 3인물의 행동 때문이다. 조태오, 최상무, 전소장은 죄수복을 입고 재판장으로 입장하는 모습이 나온다. 전소장은 하청업체 소장으로 이제 아무런 힘도 없다. 그래서 신변을 감추려고 노력하고, 다급하게 재판장으로 들어가려는 모습으로 나온다. 이에 반해 조태오와 최상무는 담담하게 입장하며, 심지어 조태오는 미소를 머금고 재판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들은 대기업이라는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 중간에 회장은 최상무에게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수하라고 하며, 담당 변호사 모두 붙이도록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사건 또한 집행유예로 끝날 것이라고 한다. 아마 그들도 영화에서는 나오진 않았지만, 집행유예를 받았을 것이다. 이 영화는 사실적 요소들을 곳곳에 넣어두었다. 그럼으로 영화의 결말도 사실적으로 끝난다. 대게 이런 선악구조의 영화는 악의 무리가 처벌 받는 장면으로 끝이 나지만 베테랑은 심판을 받으러 입장하는 모습으로 끝난다. 그만큼 갑이 처벌을 받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4. 有錢無罪 無錢有罪(유전무죄 무전유죄)

영화에서 최상무가 자수한 뒤 서도철과 면회 중 이런 말을 한다. “알량한 형사 신분으로 어디까지 밀어 붙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알고 있다. 그리고 많이 보았을 것이다. 극 중 자세히 다루진 않았지만, 회장은 어떤 사건과 연루되어 있어 몸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강악화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회장은 사람을 구타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다. 그럼으로 최상무는 법위에 돈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현실도 같은 맥락이다. 최철원은 옥살이를 피했고, 유씨를 불구속기소한 검사는 SK그룹의 윤리경영 전무로 들어갔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다른 말로 하면 돈이 있으면 갑이 되고, 돈이 없으면 을이 되는 사회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사회는 증오하고 있다. 돈이 전부인 그들을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쾌하고 시원하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가면 갈수록 더 답답해지는 상황이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회항 사건도 박창진 사무장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상처는 깊어져갔다. 기내에 같이 있던 여 승무원이 교수직 보장을 위한 허위 진술 정황이 밝혀지는 등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피해자의 상처만 깊어지게 된다. 또한 강남 아파트 경비원 분신사건도 주민들은 집값이 떨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으며, 해당 아파트는 경비업체를 바꾸고, 기존 경비원도 전부 해고했다. 가해자 할머니는 빈소를 찾아 사과의 뜻을 전달했으나 이것 또한 거짓으로 밝혀졌고 반성 없는 뻔뻔한 태도를 가졌다.

지금 사회는 증오할 수밖에 없다. 돈이 없는 을은 항상 피해 받고, 설령 그 피해를 만천하에 알린다해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처만 더 깊어진다. 이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참는다. 어차피 해도 나만 더 피곤해진다고 체념했기 때문이다. 나도 역시 이러한 부당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어느 교수님이 시험 시간 부정행위를 방관했었다. 나는 부정행위 하지 않고 시험지를 제출하려고 앞에 나가려는 순간, 교수님은 스마트폰으로 웹서핑을 하고 있었고 자리에 앉은 학생들은 모두 자료집을 꺼내고 부정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에 분노한 나는 다른 학교 여러 친구들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그들에게 돌아온 답은 하나였다. ‘네가 참아라’ 교수에게 잘못 걸리면, 졸업까지 고생길이다. 익명의 메일로 보내는 것으로 끝내라 였다. 누구 하나 맞서 대응하라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그릇된 것을 말할 수 없는 사회가 원망스러웠지만 나 역시도 용기 있게 고발 할 수 없었다. 평가자인 교수님에게 밉보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도 갑을관계를 비판을 했지만 실제로 내가 그 상황이 되니 사회가 나에게 침묵을 조장하였고, 결과적으로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이런 사회는 동시다발적인 목소리로 바뀌어야 한다.


1) “화물차 11t으로 안 바꾸면 계약해지” 한국타이어 화물노동자에 ‘갑질’ 논란 「한겨례, 최예린 기자」

   www.hani.co.kr/arti/society/area/731598

2) 나무위키 「재벌 2세 야구방망이 구타사건」 발췌 및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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